가게를 시작할 때는 보증금, 인테리어비, 권리금까지 큰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가게를 정리할 때 건물주가 이렇게 말합니다. “보증금은 돌려드리죠. 권리금은 저와 상관없는 돈 아닌가요?”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건물주가 권리금을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입자가 다음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함부로 막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1. 보증금과 권리금은 받는 상대부터 다릅니다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났을 때 연체 차임 등을 정산해 임대인에게 돌려받는 돈입니다. 권리금은 시설, 단골, 영업 노하우, 입지 등 가게에 쌓인 가치를 넘겨주는 대가입니다. 보통 기존 운영자가 다음 운영자에게 받습니다.
그래서 “들어올 때 1억 원 냈으니 나갈 때도 1억 원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장사가 잘되면 가치가 커질 수 있고, 상권이 변하거나 시설이 낡으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투자 원금 자체가 아니라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제10조의4
2. 달력에 먼저 표시할 날은 ‘계약 종료 6개월 전’입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기간은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일까지입니다. 이 기간에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임대인에게 소개하며, 계약 조건을 협의한 기록이 중요합니다.
계약을 더 이어가는 갱신요구권의 행사기간인 ‘종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와는 다릅니다. 가게를 계속할 것인지, 넘기고 나갈 것인지에 따라 준비가 달라집니다. 종료일이 다가왔다고 구두로만 협의하지 말고 계약서, 문자, 이메일에 날짜와 조건을 남기세요. 같은 법 제10조·제10조의4
3. 건물주가 막으면 언제 문제가 되나요?
대표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 임차인에게 기존 세입자 대신 자신에게 권리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
새 임차인에게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
주변 시세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현저히 높은 월세·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
월세를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새 임차인과 맺는 최초 계약에 기존 계약의 증액 제한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거래를 깨뜨린 것이라면 권리금 회수 방해가 문제 됩니다. 주변 비슷한 상가의 실제 조건, 종전 조건과의 차이, 협상 경과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같은 법 제10조의4
4. 누구를 데려와도 건물주가 받아줘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새 임차인이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거절이 정당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임차인에게 3기분 차임에 이르는 연체 사실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보호가 제한됩니다.
새 임차인을 소개할 때는 “관심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누구인지, 어떤 업종을 운영할 것인지,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지, 언제 계약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세요. 임차인은 새 임차인의 자력과 의무 이행 능력 등에 관해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있습니다. 같은 법 제10조 제1항·제10조의4 제2항·제5항
5. 오래 장사했으면 권리금도 포기해야 하나요?
계약을 더 연장할 수 있는지와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는지는 별개입니다. 대법원은 과거 갱신요구권의 상한이 5년이던 시절에도, 그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갱신요구권의 일반적인 상한은 10년입니다. 따라서 “10년 지났으니 권리금도 끝”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개별 계약에 적용되는 법과 다른 예외 사유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판결, 현행법 제10조
6. 방해했다면 약속한 권리금을 전부 받나요?
자동으로 전액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방해행위, 손해, 그 사이의 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법정 손해배상액의 상한은 새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 가치 중 낮은 금액입니다.
가령 새 임차인과 1억 원으로 약정했지만 종료 당시 가치가 7,000만 원이라면, 이 규정에 따른 배상액은 7,000만 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가치가 1억 2,000만 원이어도 약정이 1억 원이면 상한은 1억 원입니다. 이는 가상 계산이며, 실제 인정액은 입증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입니다. 내용증명을 한 번 보냈다고 시효 문제가 영구히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종료일과 소송 등 권리행사 일정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같은 법 제10조의4 제3항·제4항
7. 가게를 넘기기 전, 이 자료부터 모으세요
기존 임대차계약서, 갱신 내역, 월세 지급 내역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서, 지급 일정, 계약이 깨진 이유를 보여주는 자료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소개한 문자·이메일·내용증명과 답변
비교 가능한 주변 상가의 임대조건 자료
매출·비용 자료, 시설 목록과 사진, 권리금 평가자료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상가와 국유·공유재산 등은 법정 적용 제외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전통시장에는 다시 예외가 있으므로 ‘대형 건물 안’이라는 인상만으로 결론 내리지 마세요. 같은 법 제10조의5
권리금 분쟁이 생겨도 월세를 끊거나 가게 인도를 무조건 거부하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권리금 손해배상과 임대차 종료에 따른 의무는 함께 검토해야 할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게를 넘길 계획이 있다면 새 운영자를 찾는 일과 증거를 남기는 일을 같이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8일 확인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 법률해설입니다. 소개한 판례는 공개 판례이며 창천의 수행사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