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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들어가 살겠다더니 다른 세입자가 들어왔다면? 1년 넘게 실제로 살았어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이유

“이번에는 제가 들어가 살아야 해서 계약을 연장하기 어렵겠습니다.”

집주인의 말을 듣고 세입자는 이사했습니다. 집주인은 실제로 그 집에 들어와 살았습니다. 그런데 1년 남짓 지나 집주인이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집주인은 말합니다.

“처음부터 거짓말한 게 아닙니다. 실제로 살았고, 나중에 돈이 급해져서 다시 세를 놓은 겁니다.”

그렇다면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될까요? 실제로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10일,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집주인이 이후 다른 사람에게 집을 임대한 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3203 판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는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에게 일정한 요건 아래 한 차례, 2년의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합니다. 동시에 집주인 본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부모나 자녀의 실거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만 법은 그 뒤의 상황도 살펴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갱신되었더라면 세입자가 살 수 있었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 집주인은 갱신거절로 세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실제 사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 사건의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2022년 9월 전입신고를 했고, 이듬해 2월 귀국한 뒤 2024년 4월까지 그 아파트에서 실제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갱신되었을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세입자에게 아파트를 임대했습니다.

집주인에게도 사정은 있었습니다. 다른 다가구주택의 여러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했는데, 새로 받은 보증금만으로는 반환할 돈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집주인의 주장을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집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대출도 어렵고, 집을 팔면 세금 부담도 컸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던 아파트를 다시 세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심에서는 세입자가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집주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집주인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그 결과 3,079만 9,992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단이 유지됐습니다. (사실관계와 배상액을 판단한 원심 판결)

“실제로 살았으니 괜찮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은 이유

이 문제에서는 두 가지 질문을 나누어야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처음에 정말 들어와 살 생각이 있었는가?”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그 뒤 보호기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는가?”입니다.

실제로 들어와 살았다는 사실은 첫 번째 질문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두 번째 질문까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세입자가 갱신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주거기간입니다. 집주인이 한동안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기간에 관한 보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와 “나중에 다시 임대해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집주인이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다음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판단 기준

쉽게 풀면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

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생겼는가?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

그 집을 다시 세놓는 것이 불가피했는가?

그리고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은 집주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모든 자금 사정을 조사해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책임을 면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집주인이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부족했다”는 사정은 왜 부족했을까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른 주택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갱신거절 당시 이미 존재했다는 점을 보았습니다.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새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어긋났다고 해서, 곧바로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출의 어려움이나 매도에 따른 세금 부담에 관한 주장도, 이 사건에서는 해당 아파트를 다시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그 방법이 가장 편하거나 경제적으로 유리했다”는 설명만으로는 “그 방법이 불가피했다”는 점까지 증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경제적 사정을 일률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정의 예측 가능성과 임대의 불가피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년’은 집주인이 전입신고한 날부터 세면 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이 기준으로 삼는 기간은 집주인의 전입일부터 2년이 아니라, 계약갱신이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임대차가 갱신되었을 기간입니다.

가령 기존 계약이 끝난 뒤 갱신계약이 2025년 3월 1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이어졌을 상황이라면, 그 기간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언제 전입했는지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갱신되었을 계약기간은 2024년 9월 12일까지였지만, 그보다 앞선 2024년 4월 29일 제3자에게 임대한 점이 문제 됐습니다.

따라서 계약서, 갱신요구와 거절 시점, 새로운 임대차의 체결·개시 시점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은 이사비 정도인가요?

이사비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갱신거절 당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합의가 없다면, 법은 다음 세 가지 중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계산 방법

내용

종전 임대료 기준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새 임대료와의 차액 기준

새 임대차와 종전 임대차의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

실제 손해 기준

갱신거절로 세입자가 입은 손해액

‘환산월차임’은 보증금을 법이 정한 비율로 월세처럼 환산한 금액에 실제 월세를 더한 것입니다. 전세계약이라고 해서 계산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계산을 마친 종전 환산월차임이 100만 원이고 새 환산월차임이 150만 원이라면, 종전 임대료의 3개월분은 300만 원이고 차액의 2년분은 1,200만 원입니다. 실제 손해액도 함께 비교하게 됩니다. 이 세 금액을 모두 더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

또한 이 사건의 원심은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을 약 4,400만 원으로 계산했지만, 세입자가 청구한 범위에 따라 약 3,080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집주인이 1년 넘게 살았으니 남은 몇 개월분만 계산한 사건은 아닙니다. 실제 계산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뿐 아니라 적용 시점의 전환율도 확인해야 합니다.

앞선 대법원 판결은 “정말 살 생각이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이번 판결과 함께 읽어볼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7일 선고한 2022다279795 판결에서,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점도 집주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누가 들어와 살 것인지에 관한 설명이 바뀌었고, 실제 이사 준비나 기존 주거를 정리하는 사정 등도 문제 됐습니다. 대법원은 실거주 의사를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사건이 아니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청구한 건물인도 사건입니다. 다만 두 판결을 함께 보면 기준이 더 잘 보입니다.

  • 갱신을 거절할 때: 실제로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 그 뒤 다른 사람에게 임대할 때: 보호기간 안에 재임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제가 살겠습니다”라는 말도, “사정이 생겼습니다”라는 말도 구체적인 사정과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떤 자료를 남겨야 할까요?

세입자라면 기존 계약서, 계약갱신을 요구한 문자,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한 답변, 새 임대차가 이루어진 사실과 시점을 확인할 자료, 이사와 새 계약으로 지출한 비용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주인이라면 실거주 계획이 바뀐 경위, 변경 사유가 발생한 시점, 갱신거절 당시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이유, 제3자 임대가 불가피했던 사정을 자료로 남겨야 합니다.

한편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제3자에게 임대했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제3자 임대에 관한 사건입니다. 단순한 방문이나 동거, 무상 사용, 매도 등은 사실관계와 적용 법리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았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후의 임대에 관한 책임까지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했다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세를 놓을 때에도 그 결정의 이유와 법적 책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의뢰인의 동의 범위 안에서 사건 내용을 익명화하여 소개한 것이며,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의견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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