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어느 날 자신의 임야가 시민들이 오가는 '둘레길(산책로)'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지 소유자가 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유자의 동의(토지사용승낙) 없이 그 사유지 위에 등산로·데크·계단·안내판·펜스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일반에 개방해 온 것입니다. 소유자는 고발과 국민신문고 민원으로 항의했지만, 행정청은 "시설물은 철거하더라도 둘레길 자체는 철수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할 뿐이었습니다. 창천은 이 토지 소유자를 대리했습니다.
난관 — 막막했던 두 가지
권원 없이 남의 땅을 점유·사용하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건에는 두 개의 벽이 있었습니다.
1.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둘레길은 노선 지정, 사업 시행, 공사 발주, 시설물 관리, 유지보수, 대외 표시·민원 회신의 주체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 제각각 흩어져 있어, 정작 피고로 삼을 '점유·관리 주체'가 불분명했습니다. 2. 상대의 예상 반격. 행정청은 '소유자가 토지를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해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는 법리(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를 들어 부당이득 자체를 부정할 가능성이 컸습니다.
창천의 조력 — '정보공개청구'라는 첫 수로 난국을 풀다
창천(윤제선 변호사)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5조·제10조)에 따른 정밀한 정보공개청구를 선행 무기로 설계했습니다.
① 점유·관리 주체의 6단계 특정: 노선 지정 / 사업 시행 / 공사 발주·계약 / 시설물 소유·관리 / 유지관리 / 대외 표시·민원 회신 주체를 각각 드러내는 문서를 청구해 '누가 진짜 점유자인지'를 확정했습니다.
② 광역–기초 자치단체 간 책임분담 규명: 업무협약·위임위탁·보조금 교부·정산 자료를 청구해 책임 주체와 분담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③ 점유 범위·부당이득액의 기초 확보: 노선도·측량성과·점유면적 산출표·예산·집행 자료로 차임 산정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④ '포기 법리' 차단 근거 축적: 소유자가 동의한 적이 없고, 알게 된 즉시 고발·민원으로 다투었으며, 계속 재산세를 부담해 온 사정 등 사용·수익권 포기 추정을 깨는 사실을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상 토지가 도시자연공원구역(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의2)에 해당하더라도 소유권은 사유로 존속할 뿐 지자체에 무상 점유 권원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 도로법 제4조의 사권(私權) 제한도 부당이득반환청구까지 막지는 못한다는 점을 짚어, 부당이득반환청구와 협의매수(보상) 협상을 병행하는 입체적 전략을 세웠습니다.
'내 땅인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창천은 소송에 앞서 정보공개청구로 흩어진 사실관계와 책임 주체를 먼저 확정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무엇을, 누구에게 물을지를 정확히 설계하는 것이 곧 승소의 출발점임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