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회사가 정관을 바꾸고, 기존 주주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대주주에게만 아주 낮은 가격으로 대량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소수주주의 지분은 순식간에 줄어들고, 대주주가 지분 95% 이상을 갖게 되면 남은 주식을 강제로 사들이는 절차(스퀴즈아웃)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하겠다는데 소수주주가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있습니다. 다만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신주가 발행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원칙: 신주는 기존 주주에게 먼저
상법은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할 때 기존 주주가 가진 비율대로 인수할 권리(신주인수권)를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3자에게 주는 것은 예외로, 정관에 근거가 있고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같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상법 제418조)
대법원은 이런 목적 없이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지키려고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한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정관을 미리 바꿔 근거를 만들어 두었더라도, 실제 발행이 이런 목적에 맞지 않으면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툼의 핵심은 ‘증자 자체’가 아니라 ‘방식과 가격’
회사가 돈이 필요하다는 사정은 법원이 회사 쪽에 유리하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증자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보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과 소수주주를 몰아내기 위한 불공정한 희석을 구별하는 방향이 효과적입니다.
왜 기존 주주에게 인수 기회를 주지 않았는가
발행 가격은 무엇을 근거로 정했는가(최근 거래 가격 등과 비교)
덜 희석적인 다른 방법(기존 주주 배정 등)은 검토했는가
증자와 이후의 강제매수가 하나의 계획으로 이어져 있는가
단계별 대응
시점 | 할 일 | 목표 |
|---|---|---|
지금 바로 | 주주명부·정관·의사록·회계장부 등 열람 청구 | 증거와 일정 확보 |
정관 개정 주주총회 | 의결권 결집, 참석·질의·이의, 필요하면 검사인 선임 | 개정안 부결 또는 절차 감시 |
발행 결의 후 납입 전 |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 불공정한 희석을 미리 차단 |
발행이 강행되면 | 신주발행무효의 소(6개월 안),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 지위 회복 |
강제매수가 시작되면 | 요건·절차 다툼, 법원에 공정한 가격 결정 청구 | 공정한 대가 확보 |
증거에 따라 병행 | 이사·인수인 책임 추궁, 손해배상, 고발 | 손해 회복 |
1. 자료부터 확보합니다. 정관·주주명부·주주총회 의사록, 이사회 의사록, 재무제표는 지분이 적어도 열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회계장부는 3%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데, 증자로 지분이 줄면 이 요건을 잃을 수 있으니 증자 전에 행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법 제466조)
2. 정관 개정을 막을 수 있는지 봅니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대주주와 우호 지분이 3분의 2에 못 미친다면, 소수주주가 위임장을 모아 개정안을 부결시키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3.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법령이나 정관을 어기거나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으면, 1주만 가진 주주도 발행을 멈춰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424조) 회사는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때 납입기일 2주 전까지 주주에게 알리거나 공고해야 하므로, 이 기간 안에 가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4. 발행되고 나면 6개월 안에 다툽니다. 신주발행무효의 소는 발행일부터 6개월 안에 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무효 사유를 추가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49380 판결) 처음부터 주장을 빠짐없이 담아야 합니다. 또 무효 판결이 나도 그 효력은 앞으로만 미치므로, 그사이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면 별도의 가처분이 필요합니다.
5. 강제매수가 시작되면 가격을 다툽니다. 대주주가 95% 이상을 갖고 강제매수를 청구하면, 30일 안에 가격 협의가 되지 않을 때 법원에 공정한 가격을 정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저가 증자로 지분 가치가 훼손된 사정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60조의24)
꼭 기억할 점
가처분 신청이나 소송 제기만으로 회사의 절차가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대표소송은 주식을 모두 잃으면 유지하기 어려워지므로, 강제매수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 두어야 합니다.
형사 고발은 신주 발행을 멈추거나 배상을 받아 주는 절차가 아니므로, 객관적 증거가 모인 뒤 시점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공정한 증자에 맞서는 일은 발행 전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의 공지를 받았다면 자료 확보와 가처분 준비를 동시에 시작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