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을 넘겨받을 약사도 찾았고, 권리금도 합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물주와 새 임대차계약만 맺으면 됩니다. 그런데 건물주가 월세를 크게 올려달라고 합니다. 새 운영자가 감당하지 못해 거래를 포기하면, 권리금을 받지 못한 기존 약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6년 7월 대법원은 이런 약국 사건에서 임대료 요구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존 약국의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 원, 월세 600만 원이었습니다. 운영자는 새 임차인이 될 사람과 권리금 22억 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임대인은 새 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5억 원, 월세 2,0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월세 협상이 결렬되면서 권리금 계약도 해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의 권리금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 중 그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22억 원 전액의 배상을 확정한 판결은 아닙니다. 건물 인도 등에 관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 판결
월세가 많이 올랐다는 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주변 임대료와 조세·공과금 등 부담에 비추어 현저히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제10조의4 제1항 제3호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조건과 새 조건의 큰 차이, 주변 시세를 뒷받침하는 자료, 협상 경과 등을 살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과도한 요구를 의심할 사정이 있는데도 적정 임대료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배척하기보다, 필요한 심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에서 감정평가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넘어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 대법원 판결
새 계약의 월세를 올리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적정한 조정인지, 사실상 거래를 깨뜨리는 요구인지가 쟁점입니다. 비슷한 층·면적·위치·용도의 주변 상가 자료를 모으고, 임대인이 처음 제시한 조건부터 마지막 답변까지 남겨야 합니다.
“잘되는 약국이니 월세도 그만큼 받아야죠”
약국의 매출에는 좋은 입지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약사의 운영 노력, 거래관계, 신뢰, 노하우도 영향을 줍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국의 수익을 건물 위치의 이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높은 권리금이나 조제료가 곧바로 높은 월세 요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 대법원 판결
약국 권리금을 평가할 때 월평균 조제료의 몇 개월분이라는 계산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이 정한 공통 배수는 없습니다. 한 사건의 평가방식을 모든 약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수익의 지속 가능성과 개별 거래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약국 인수는 일반 점포와 무엇이 다른가요?
첫째, 조제료와 약값이 포함된 전체 매출을 구별해야 합니다. 숫자가 크다고 같은 수익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 기간별 조제 건수와 수익자료, 일반약 매출, 인건비·임대료·운영비를 나눠 확인하세요. 특정 시기의 실적만 좋은 것은 아닌지,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둘째, 특정 의료기관 의존도를 살펴야 합니다. 인근 병원 한 곳의 이전이나 진료방식 변경이 약국에 미칠 영향은 약국마다 다릅니다. “그 병원은 계속 있을 겁니다”라는 말의 근거를 확인하고, 알려진 변동사항을 계약 전에 공개하도록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병원의 향후 영업을 약국 매도인이 마음대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약국을 적법하게 이어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격과 등록요건을 정하고 있고, 영업 양수인의 지위승계 신고 절차도 두고 있습니다. 권리금 지급만으로 등록이나 승계가 끝나지 않습니다. 의료기관 시설 안·구내 여부, 시설이나 부지를 나누어 만든 장소인지, 전용 통로가 있는지 등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같은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금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약사법 제20조·제21조의2
넷째, 의약품 재고는 권리금과 구별해 정산하세요. 유효기간, 반품 가능성, 재고 수량, 도매상 미지급금과 정산 주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재고까지 정상가로 떠안는 일이 없도록 기준일과 가격 산정방식을 정하세요.
다섯째, 환자정보는 일반적인 영업자산과 같게 다루면 안 됩니다. 권리금 협상을 위해 처방전이나 환자 명단을 무제한 공유하기보다, 개인이 식별되지 않는 집계자료로 수익을 검증하는 방식부터 검토하세요. 실제 기록의 인계는 관련 법령에 따른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계약서에서 꼭 연결할 세 가지
임대차: 보증금·월세·기간과 새 계약 체결 여부
약국 운영: 필요한 등록·승계 절차, 시설과 재고 인계 일정
대금: 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을 때 계약금·중도금 반환과 책임
“건물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알아서 해결한다”는 문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느 조건까지 충족되어야 잔금을 지급하는지, 누구의 사유로 무산됐는지에 따라 어떻게 정산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약국 권리금은 액수가 큰 만큼 입지에 대한 기대와 검증 가능한 수익을 나눠 보아야 합니다. 회수를 방해받았다면 높은 월세 요구의 근거와 거래가 깨진 경위를 입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손해배상 부분의 파기환송 판결이며, 이 글은 창천의 수행사례를 소개한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