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업무시설(오피스) 분양에서, 여러 호실을 하나로 터서 쓰는 '확장형'을 선택한 수분양자들이 '호실 사이 경계벽을 설치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서에 서명하고 그 대가로 사은품(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들은 그 요청서가 시행사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약관'인데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무효이고, 경계벽 미설치로 인한 공사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창천은 시행사 측을 대리했습니다.
쟁점 — 그 요청서는 '약관'인가, '개별약정'인가
이 다툼의 출발점은 문제된 요청서의 '법적 성격'입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은 사업자가 다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일방적으로 마련한 정형적 조항('약관', 제2조)에 대해서만 명시·설명의무(제3조)와 불공정조항 무효(제6조)라는 강한 규제를 적용합니다. 약관으로 인정되면 시행사는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를 별도로 심사받게 됩니다. 반대로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협의해 정한 '개별약정'이라면 약관규제법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① 요청서가 약관인지, ② 약관이라면 설명의무 위반·불공정으로 무효인지가 차례로 문제되었습니다.
창천의 조력
창천(윤제선·신동환 변호사)은 대법원이 확립한 법리—사업자가 미리 마련한 양식이라도 특정 조항에 관해 상대방과 개별적 교섭(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진 경우)을 거쳤다면 그 조항은 약관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는 법리(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4634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등)—에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대입했습니다.
① 요청서에는 적용 호실·조건란이 빈칸으로 되어 있어 협의가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로 분양받은 호실 수·구성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성되었다는 점, ② 분양 광고·상담자료에 '확장형 사용'이 장점으로 강조되어 수분양자가 계약 단계에서 확장형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③ 요청서가 한 장짜리 별도 문서로 내용이 평이해, 설령 약관이라 가정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④ 수분양자가 스스로 확장형을 택하고 사은품까지 받아 그 내용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자료와 함께 조목조목 소명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요청서가 개별약정이어서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고, 설령 약관이라 보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나 불공정이 없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으며,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나2029749)에서도 항소가 기각되어 시행사가 전부 승소했습니다.
같은 양식의 서면이라도 '약관'이냐 '개별약정'이냐에 따라 적용 법률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분양 분쟁에서 문제된 서면의 작성 경위와 교섭 과정을 꼼꼼히 규명하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는 점을 보여 준 사례입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