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경기도의 한 토지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의뢰인은 건설회사 등 두 회사와 이 땅에 물류창고를 지어 팔고 수익을 나누기로 약정했고, 세 회사는 사업을 맡을 시행법인을 함께 세웠습니다. 건설회사의 대표 B씨가 시행법인의 대표도 맡았습니다.
사업이 무산되자 의뢰인은 토지와 사업권을 제3자에게 팔았습니다. 매수인은 매매대금 가운데 약 15억 7,500만 원을 인허가 비용 등의 명목으로 의뢰인 대신 시행법인에 지급했습니다. 이 가운데 10억 원은 건설회사가 받은 보상 성격의 돈으로 정리되었고, 인허가 비용 몫은 약 5억 7,5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행법인이 실제로 쓴 인허가 비용은 약 5억 855만 원이어서 약 6,656만 원이 남았습니다. 그사이 B씨는 시행법인 계좌에서 1억 3,000만 원을 자기 계좌로 옮겼고, 시행법인에는 남은 재산이 없었습니다.
쟁점 — 빈 회사 대신, 돈을 가져간 대표에게 받을 수 있는가
의뢰인은 시행법인을 대신해 B씨에게 돈을 돌려받는 소송(채권자대위소송 — 빚진 회사가 행사하지 않는 권리를 채권자가 대신 행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는 의뢰인이 시행법인에 받을 돈 자체가 없다며 소를 각하해 달라고 했고, 의뢰인이 건설회사에 진 기존 빚과 상계(서로 진 빚을 맞비겨 없애는 것)하면 남는 돈이 없다고 다퉜습니다.
창천의 조력
창천(정영훈·김종화 변호사)은 다음 네 가지를 밝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돈의 성격을 바로잡았습니다. 매수인이 시행법인에 준 돈은 본래 의뢰인이 받을 토지 매매잔금이므로, 실제 인허가 비용을 쓰고 남은 돈은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남은 인허가 비용을 계산했습니다. 시행법인이 돈을 받은 직후 측량 용역대금을 깎는 변경계약을 맺은 경위 등을 짚어, 실제로 쓴 인허가 비용이 받은 돈보다 약 6,656만 원 적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돈의 흐름을 계좌로 복원했습니다. 시행법인과 B씨 사이의 입출금 내역을 정리해, B씨가 시행법인에 돌려줘야 할 돈이 약 6,277만 원 남아 있음을 보였습니다.
법인과 대표를 구별했습니다. 시행법인과 건설회사, B씨 개인은 서로 다른 주체이므로 건설회사가 가진 채권으로 시행법인의 빚을 없앨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과
1심 법원은 B씨가 의뢰인에게 청구액 6,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B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도 B씨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돈이 빠져나가 회사가 빈 껍데기가 되었더라도, 돈의 흐름을 계좌로 따라가 회사에 남은 재산이 없다는 점과 대표가 가져간 돈을 함께 보이면, 실제로 그 돈을 가져간 사람에게 직접 반환을 구할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