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배경
의뢰인은 해외에 제조 자회사를 둔 한 공기업이었습니다. 공기업은 자회사의 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3급 간부를 경영개선TF 총괄책임자로, 이어 사업본부장으로 파견했습니다. 그런데 감사 결과, 자회사가 실체 없는 회사들과 마케팅 용역계약과 품질확인 용역계약을 맺고 용역대금을 지급한 뒤 그중 상당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회계 처리 없이 쓰고, 원자재 부산물을 계약 없이 반출해 현금화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공기업은 간부를 고발하고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했습니다. 간부는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자 "징계사유가 없거나 경미하다"며 정직처분의 무효 확인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징계도 할 수 없는가
간부는 ① 용역계약은 원자재 구매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주기 위한 실제 계약이었고 자신은 제안만 했을 뿐 결재·집행은 임원진이 했다, ② 상급 부서에 보고했으므로 미보고는 이중징계다, ③ 권리 고지 없이 작성된 문답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 ④ 형사사건에서 혐의가 없었으므로 정직은 과중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주현 변호사의 조력
박주현 변호사는 징계를 형사사건과 분리해, '내부통제를 무너뜨린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용역계약의 허위성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했습니다. 용역 상대방 회사가 계약 이틀 전에야 설립된 점, 설립 전에 이미 돈 일부가 되돌아온 점, 계약서상 용역이 전혀 제공되지 않은 점, 그런데도 그 회사의 청산비용까지 허위 물품계약으로 부담한 점을 하나씩 제시했습니다.
'제안만 했다'는 방어를 깼습니다. 경영개선TF 총괄책임자의 권한과 실제 협의·현금 전달 관여 정황을 들어, 결재권자가 따로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관여가 경미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형사 결과와 징계를 분리했습니다. 징계위원회가 비자금의 사용처나 범죄 성립 여부를 징계 판단에 고려하지 않았고, 허위 계약으로 회계를 왜곡한 행위 자체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증거와 양정의 쟁점도 정리했습니다. 문제 된 문답서는 감사가 아니라 자회사 주주총회가 구성한 특별조사반에서 작성된 것이라 감사 규정상 권리 고지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징계사유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유만으로 정직이 정당하다는 판례 법리도 제시했습니다.
결과
1심 법원은 5개 징계사유 중 4개를 인정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보아 간부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간부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도 형사 불송치 결정이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1·2심 모두 소송비용은 간부가 부담했습니다.
해외 자회사처럼 감독이 닿기 어려운 곳의 비위일수록, 징계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내부통제 의무를 어겼는가'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은 박주현 변호사가 창천에 합류하기 전 소속 법무법인에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사건입니다.
